“세계 유일무이의 얼터너티브 케이팝 밴드. 그렇게 불러주십쇼.”(산얀·총괄 프로듀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골목길. 요즘 가장 ‘핫’하다는 7인조 힙합 크루 ‘바밍타이거’ 멤버들은 마치 애초에 그 골목에 도사리다 튀어나온 괴물들처럼이나 불가사의한 사자후를 뿜었다. 1980, 90년대 서구에서 융성한 ‘얼터너티브 록’이 유구한 록의 역사에 감히 대안을 자처했다면 이들은 벼락같이 나타나 케이팝의 대안임을 선언한 셈이다.
풍자와 냉소가 뒤섞인 이상한 뮤직비디오와 음악으로 이들은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한 ‘I'm Sick’은 정식 앨범 발매도 하지 않은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올해 한국 힙합 어워즈 후보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7년 결성했어요. 서울 홍익대 인근 ‘호미(虎미) 화방’ 건물 304호에서요. 힙합에서 친구를 가리키는 속어 ‘homie’와 겹치니 태생부터 절묘하죠. 팀명은 호랑이 연고(tiger balm)를 뒤집은 거고요.”(산얀)
무국적 아시아 콘텐츠를 표방한다. 뮤직비디오는 한국 조폭 영화, 인터넷 방송, 홍콩 누아르가 혼재하는 이상한 세계다. 지난해 새로 합류한 래퍼 오메가 사피엔은 복합적 색채를 응축한 듯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일본으로 대학을 갔다. 게이오대 경제학과 휴학 중.
그린 고질라라는 별칭처럼 그는 초록색 스포츠머리를 하고 언싱커블(프로듀서)과 함께 장난감 총을 연방 만지작거렸다. 래퍼, 영상감독, 프로듀서로 역할 분담을 한 멤버들은 서울, 부산, 광주, 전북 전주 등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바밍타이거는 지난달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와 랭스를 도는 유럽 순회공연을 벌였다. 프랑스 대중문화 전문지 ‘콘비니’는 ‘놀라운 발견’이라 부르며 이들을 극찬했다. 이달 초에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에 섞여 ‘케이콘(KCON) 뉴욕’에도 참가했다. ‘얼터너티브 케이팝이란 무엇인가’란 대담에도 참여했다.
합류 전 음악 제작사 직원이었던 프로듀서 소금은 “회사에서는 ‘하지 말라’가 너무 많았다. 서로 ‘하지 말라’는 말을 안 하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했다.
DIY(do it yourself·네 방식대로 하라)가 유일한 철칙인 셈이다.
“아시아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통로가 될 플랫폼을 꿈꿔요. 힙합그룹에서 멈추기엔 우리 존재가 너무 커요.”(산얀)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20일 ‘바밍타이거 파티’를 연다. 오후 9시부터 무려 7시간 동안 무대를 달군다.
“세계 문화의 주류에서 이소룡(리샤오룽·李小龍) 같은 아시아 돌풍의 아이콘이 되는 게 꿈입니다.”(오메가 사피엔)
올해 낸 싱글 ‘Armadillo’는 힙스터들을 풍자한 곡.
“아르마딜로는 갑옷을 덮어쓰고 태어나잖아요. 명품으로 칠갑한 다른 이들과 달리 우린 존재 자체로 명품이에요. 러브 유어셀프!”(오메가 사피엔)
“거 봐요! 우리 케이팝과 일맥상통하잖아요?”(산얀)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