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알렉산더’에서는 인디아 땅에 들어선 마케도니아 병사들이 “더 이상 진군을 못 하겠다. 이젠 집에 돌아가고 싶다”며 항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그들 중 상당수가 은빛 갑옷을 입고 있다. 이들은 마케도니아의 자랑인 장창 부대 중에서 원조이자 최강의 부대로, 알렉산더의 부친 필리포스 2세가 양성한 병사들이었다. 마케도니아의 산 역사와 같은 부대여서 ‘은방패 부대’라는 호칭을 얻었다.
인디아 원정에서 귀환한 후 알렉산더는 은방패 부대 3000명을 포함한 1만 명의 병사를 제대시켜 고향으로 돌아가게 했다. 알렉산더는 여비를 충분히 주고 퇴직금 조로 개인당 1탈란톤(은으로 약 26kg)을 더 얹어 주었다.
하지만 은방패 부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귀환 도중에 알렉산더가 사망해버렸다. 그리고 알렉산더의 왕국은 디아도코이(후계자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내전에 휩싸인다. 은방패 부대는 노병들이었지만 모든 장군으로부터 구애를 받았다. 이로부터 10년간 그들은 다시 옛 전쟁터를 전전하며 싸웠다. 놀랍게도 이 노인 부대는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기원전 316년 소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안티고노스와 에우메네스가 격돌했다. 노병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전투에서 안티고노스의 중장보병대와 정면으로 맞붙어 단숨에 격파했다. 플루타르코스는 “적병 대부분은 백병전을 벌이다 갈가리 잘려나갔다. … 은방패 부대원은 일흔이 된 사람도 많았으며 예순 아래로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역사에 다시없는 노인들의 승리는 참혹한 결론으로 끝난다. 자신의 가족들이 포로로 잡히자 은방패 부대는 안티고노스의 꾐에 넘어가 에우메네스를 배신한다. 안티고노스는 은방패 부대의 사령관을 땅에 묻어 죽이고, 노병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지로 흩어지게 했다. 그러고는 비밀 명령을 내려 다 죽여버렸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의 약속은 믿는 사람이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