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두만강, 백두산에서 북한을 바라보며 방송하고 싶어요.”
채널A 예능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의 MC 남희석이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남 씨는 2011년 12월 4일 첫 방송부터 자리를 지킨 ‘이만갑’의 터줏대감이다. 종편 최장수 프로그램인 ‘이만갑’은 18일 400회를 맞이한다.
‘이만갑’은 그간 탈북민들을 대규모로 출연시켜 북한의 실상을 면밀히 소개해 왔다. 지금까지 ‘이만갑’에 출연한 탈북민은 600여 명.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탈북민 예능’인지라 워싱턴포스트, BBC, 르몽드, NHK 같은 해외 언론에서 보도됐고 북한 정부로부터 견제를 받기도 했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만갑’이 폐쇄적인 탈북민 사회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중국에 머무는 탈북민이 조선족의 소개를 받고 ‘이만갑’을 시청하는 문화도 퍼졌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삶을 ‘예습’하는 셈. 실제 탈북민 김현정 씨는 2014년 방송을 통해 15년 만에 동생과 재회하는 감격의 순간을 누렸다. 남 씨는 “신분 노출을 극도로 조심하던 탈북민들 사이에서 자신을 ‘북에서 왔다’고 소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 MC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만갑’만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 남 씨는 “돌발 상황”이라고 답했다. 촬영 전 북한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출연자들의 소소한 일상을 물어보지만 녹화를 하다 보면 전혀 몰랐던 사연들이 튀어나온다. ‘꽃제비’를 주제로 한 방영분에서 “양치를 5년 동안 못했다” “탈북을 하니 충치가 생겼다” 등 각자의 경험을 경쟁적으로(?) 털어놓는 것과 같은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한다. 남 씨는 “배구의 서브, 토스, 스파이크처럼 합을 맞추는 기존 예능과 달라 항상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출연한 탈북민들에게 남 씨는 ‘큰오빠’가 됐다. 한국에서 생활하며 겪는 어려움을 들어주거나 철없는(?) 행동을 할 땐 따끔한 충고를 건네기도 한다. 그는 촬영장에서 수많은 탈북민의 이야기를 일일이 들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스튜디오나 뒤풀이 자리에서 이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그는 “고문 경험 등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예능이라고 마냥 웃고 떠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이만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크다. 남 씨는 “민감한 북한 이슈에 영향 받지 않고 북한 서민들의 삶을 더 친절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성규 PD도 “과거 남북한 격차를 다룬 주제들이 많았는데, 앞으론 시대에 맞는 북한의 변화상 등 인식 개선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18일 오후 11시 ‘이만갑’에선 400회 특집 가요제가 열린다. 작곡가 돈스파이크, 트로트 가수 설하윤, 가수 서영은 등 심사위원들 앞에서 탈북민들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가요 공연을 펼친다. 특히 탈북민들 사이에서 인기곡인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부를 때 촬영장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후문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