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1분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보르도의 역습 상황에서 황의조(27·보르도)는 상대 진영을 향해 약 60m를 전력 질주했다. 보르도 새뮤얼 칼루가 시도한 40m 롱 패스를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잡아낸 황의조. 오른쪽으로 공을 툭툭 치며 드리블한 그는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빛의조’ 황의조가 폭발적인 스피드와 감각적인 슈팅 등 자신의 장기를 한꺼번에 발휘해 프랑스 무대 데뷔골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황의조는 25일 프랑스 디종의 가스통제라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종과의 2019∼2020시즌 리그1 3라운드 방문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후 1무 1패였던 보르도는 황의조의 활약 덕분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일본 프로축구 감바 오사카에서 뛰다가 지난달 보르도로 이적한 황의조는 리그1 개막 후 3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리그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득점포가 침묵하며 비판에 직면했던 황의조가 예리함을 되찾았다. (팬들의 기대에 대한)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는 골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71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후반 26분 교체 아웃되는 그에게 보르도 방문 팬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황의조의 에이전트는 “황의조가 득점을 못해 압박감을 심하게 받았는데 이번 골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동안 호텔 생활을 하며 훈련하던 황의조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보르도 시내에 수영장과 정원이 갖춰진 집을 구했다. 안정적 환경이 갖춰진 것도 좋은 결과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디종에서 뛰다가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 유니폼을 입은 권창훈(25)도 이날 독일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다. 파더보른과의 경기에서 팀이 2-1로 앞선 후반 40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권창훈은 5분 뒤 팀 동료 루카스 횔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연결한 땅볼 패스를 왼발로 밀어 넣어 팀의 3-1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시즌 개막 전에 당한 종아리 부상 여파 등으로 선발에서 밀린 듯했던 권창훈은 데뷔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주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황의조와 권창훈의 득점포 가동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황의조는 대표팀의 최전방을 지키는 주전 골잡이고,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권창훈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조지아와의 평가전(9월 5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차 예선 1차전(9월 10일)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26일 발표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