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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해외총감독 사닌 美시러큐스대 교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해외총감독 사닌 美시러큐스대 교수

Posted September. 19, 2019 08:20,   

Updated September. 19, 20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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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선진국 도시들에도 배울 것을 던져주는 실험적인 도시입니다. 높은 밀도로, 전례 없이 초고속으로 발전해 온 서울의 경험은 선진국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7일 개막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해외총감독을 맡은 프란시스코 사닌 미국 시러큐스대 건축과 교수의 평가다. 그는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왜 집합도시(Collective City)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가장 인상적인 집합도시 공간으로 을지로와 광장시장을 꼽았다. 특히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1960년대 말 지은 세운상가에 대해 “정말 어메이징하다. 서울이 세계의 다른 도시들에 영감과 교훈을 던져준 대표적 건축물”이라고 했다. 

 “세운상가는 고층빌딩을 옆으로 눕혀서 시장과 식당, 가게 등을 배치하고, 위에는 주거용 고층빌딩을 세운 최초의 주상복합 프로젝트였습니다. 도심의 거대 복합공간(Mega Structure)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었는데, 서울에서 가장 먼저 실현됐던 독특한 실험이었습니다.”

 세운상가는 을지로와 주변 시장을 변화시켰고, 결국에는 시장이 세운상가 전체를 변화시켰다고 봤다. 그 결과 매우 집합적인 도시와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복합공간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사닌 교수는 2008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공동감독을 맡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의 도시건축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는 ‘방의 도시(City of Bang)’였다.

 “한국의 도시는 노래방, 찜질방, PC방처럼 집 안의 방이 사회적으로 터져 나와 도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파트는 부(富)의 상징이지만 소외감, 공동체 생활의 실종 같은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고밀도화된 아파트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타인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사적인 네트워크 공간을 갖고 싶은 심리 때문에 수많은 방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는 세운상가 주변 을지로 등 도심 재개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집합도시는 돈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인 섬유질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 주변 시장과 골목길을 없애고 건물만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등 수많은 도시들이 도심의 역사, 뿌리, 기억을 다 지우고 무너뜨린 후 뒤늦게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