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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등판한 김계관 “트럼프 용단 기대”

Posted September. 28, 2019 09:18,   

Updated September. 28, 20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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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27일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김계관(사진)을 다시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아직 북한과 비핵화 실무협상 날짜를 잡지 못했다. 9월 하순 회담이 사실상 무산되며 북-미 간 샅바싸움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계관은 이날 ‘외무성 고문’이란 직책으로 담화를 내고 “아직도 워싱턴 정가에 우리가 먼저 핵을 포기해야 밝은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선(先) 핵포기’ 주장이 살아 있고, 제재가 우리를 대화에 끌어낸 것으로 착각하는 견해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합동 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대조선 제재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면서 조미(북-미) 관계를 퇴보시켰다”며 “한 차례의 조미수뇌(정상) 회담이 열린다고 하여 과연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겠는가 하는 회의심을 털어버릴 수 없다”고 했다.

 북-미 간 협상판에 김계관이 재등판한 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 이후 약 16개월 만이다. 2선으로 물러난 김계관이 나선 것은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 의향을 재차 탐색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엔 총회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밝힌 ‘전환’ ‘대담한 외교’ 등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자체보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제재 해제를 얻겠다는 더 큰 목표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추가적인 보상은 밝히지 않은 채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북-미)가 마주 앉을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를 받았을 때 북한 측이 응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을 기회가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정국에 휩싸인 데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다음 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과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다음 달 중순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