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중 시위대와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이 6일 밤 잠시 대치했다. 6월부터 넉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에서 양측의 첫 직접 대치여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날 시위대 수백 명은 카오룽 지역의 인민해방군 부대 근처에서 레이저 불빛을 부대 막사 건물에 비췄다. 중국군은 즉각 막사 옥상에서 노란 깃발을 들어 시위대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깃발에는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푸퉁화(普通話)와 영어로 “당신은 법을 어기고 있다. 기소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혔다. 중국군은 홍콩에서 쓰는 광둥(廣東)어로 “이후 발생하는 후과는 모두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육성 경고도 했다.
중국군은 이 과정에서 카메라로 시위대를 촬영하며 이들의 동태를 면밀히 감시했다. 다만 시위대가 곧 부대 주변을 떠나면서 더 이상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이 유례없는 움직임으로 경고했다”고 전했다. 중국군이 시위대에 발포하거나 유혈 진압에 나서면 시위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중파 세력들은 시위대의 이번 행동이 서방의 개입을 이끌어내려는 고의적 도발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5일부터 시작된 복면금지법 시행에 따른 대립도 점점 격화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7일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18세 대학생 및 38세 여성을 처음으로 기소했다. 이들은 5일 새벽 마스크를 쓰고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교육 당국은 중·고등학교 교장들에게 “8일부터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는 학생,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 인간 띠 시위를 벌이거나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6일 대학의 허락 없이 홍콩중문대와 침례대 안으로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했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삼서이보 지역에서는 60대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 1대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2명이 차에 깔려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시위대들이 기사를 끌어내 구타했고, 기사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은 모습도 목격됐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을 맞아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
홍콩 지하철은 7일 오전에도 전체 지하철역(94곳) 중 39곳만 운행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는 내부 수리를 이유로 전체 노선을 폐쇄해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대형 쇼핑몰은 문을 닫았고 주요 마트들도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마트에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물건이 동나는 광경도 목격됐다. 일부 시민들은 “전쟁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의 유명 구단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은 시위대를 지지했다가 로키츠를 후원하던 중국 기업들이 스폰서 중단을 선언해 곤욕을 치렀다. 그는 6일 트위터에 “복잡한 사건에 대해 한쪽 편만 들었다”고 썼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