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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서 녹아든 보물같은 작품”

Posted October. 10, 2019 09:24,   

Updated October. 10, 20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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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천장이 낮아서 차마 리프팅(들어올리기) 연습까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직장 동료가 배우자라 좋은 점은 24시간 함께하며 최고의 호흡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 물론 나쁜 점도 없지 않겠지만. 집, 연습실, 무대를 오가며 12년째 발레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온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무용수 강미선(36),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4) 부부가 3년 만에 창작발레 ‘심청’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이들은 “리프팅 동작만큼은 발레단에 와서 할 수밖에 없겠더라. 배우자와 안무 연습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웃었다.

  ‘심청’은 한국 발레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심청의 우아한 안무와 심청전에 바탕을 둔 탄탄한 스토리가 강점이다. 올해 강미선은 심청을, 노보셀로프는 캐스팅 일정에 따라 선장과 용왕 배역을 맡는다.

 두 무용수가 같이 무대에 오를 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그럼에도 “심청이 주는 무게감이 남달라 새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고 했다. 강미선은 “학창 시절부터 평생을 꿈꿔 오던 작품이다. 꼭 하고픈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심청”이라고 했다. 노보셀로프는 “한국 문화의 영혼, 슬픔, 행복이 함께 녹아 있는 심청은 보물 같다”고 했다.

 처음 ‘심청’으로 두 사람이 무대에 설 때 강미선에게는 별도 과제가 있었다. ‘심청전’의 장면별 상세한 의미를 러시아 태생인 남편에게 잘 설명해 이해시켜야 했다.

 “심청이가 제물로 팔려갈 때 ‘순결’을 위해 심청을 보호하는 대목이 있어요. 코스차(노보셀로프의 애칭)를 비롯한 외국 단원들이 ‘선원이 심청을 좋아한다’고 잘못 생각하더라고요.”(강미선)

 노보셀로프는 “의미를 다 알진 못했어도 감동적 서사라는 건 충분히 느꼈다. 보통 남녀의 사랑을 말하는 발레와 달리 심청은 특별하다”고 했다.

 공연을 앞두고 심적, 체력적 부담이 큰 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뭣보다 서로의 존재다. 강미선은 “힘들어도 남편에게 의지하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없을까. 강미선은 “연습 때 지적을 하면 남편은 ‘잔소리’로 듣는 것 같다. 더 젠틀해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반면 노보셀로프는 묘하게 웃으며 완벽한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아쉬운 건 절대 없어요. 제 아내는 모든 게 완벽해요.”

 11∼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만∼12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