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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젖소, VR고글로 들판 보여줬더니...

Posted November. 29, 2019 07:33,   

Updated November. 29, 20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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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태양 아래 풀잎이 반짝이는 들판에서 자란 젖소는 그렇지 않은 소들에 비해 정말 양질의 우유를 생산해 낼까. 이런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흥미로운 실험이 러시아의 농가에 도입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제 들판에서 실험한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VR) 기기를 ‘실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27일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농식품부는 최근 모스크바 외곽의 농가에서 젖소에게 이상적인 생활환경이 펼쳐지는 VR 고글을 착용시키는 실험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VR 고글을 착용하면 젖소들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좁은 농장을 벗어나 드넓은 벌판에서 여름의 풀밭을 만끽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실험에 앞서 수의사와 VR 관련 전문가들이 젖소의 두상, 시력 등을 고려해 ‘젖소 버전’의 VR 고글을 설계했다고 CNN은 전했다.

 실험 초기 결과는 긍정적이다. 아직 VR 고글이 우유 생산에 미치는 유의미한 변화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젖소의 불안감이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소 무리들이 차분해졌다는 결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러시아 농식품부는 VR 고글이 향후 우유의 양과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젖소를 넓은 들판에 풀어놓고 키울 수 없는 농가에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VR 고글을 벗었을 때 젖소들이 느낄 수 있는 정신적 충격과 고글의 한정적인 배터리 수명 등이 이 실험의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근본적인 질문에 해당하는 “왜 젖소를 들판에 자주 풀어놓을 수 없느냐”는 문제도 남는다고 CNN은 전했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