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일(현지 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이후 미-이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상대방을 공격할 목표물의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공격 의지를 불태웠다.
4일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의 남부 케르만주 지역을 담당하는 굴람 알리 아부함자 사령관은 “이란군은 중동지역 35개의 미국 관련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고, 텔아비브(이스라엘의 최대 도시)도 공격 범위 안에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알리 파다비 혁명수비대 부사령관도 이란 국영TV를 통해 “이란의 위대한 저항 전선(친이란 민병대를 의미)이 강력한 보복을 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날 이라크 알발라드 미 공군기지와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있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의 친(親)이란 성향 시아파 민병대 카타입헤즈볼라(KH)는 이라크 군인들을 향해 ‘이라크 내 모든 미군부대에서 1km 이상 떨어지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할 경우 즉각 맞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은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다”며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의 자산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이란의 52개 시설을 이미 공격 목표로 조준해 왔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을 중동에 추가 파병해 앞서 쿠웨이트로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시키기로 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란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며 2주간의 국가 테러리즘 경보 시스템을 발령했다. 다만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현 시점에서 미 본토에 대한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을 시사하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주요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공습의 정당성을 알리고 역풍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CNN방송 등과 잇단 인터뷰를 갖고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을 공격할 계획을 모의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5일 조세영 제1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연 뒤 이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반을 편성하고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6일에는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합동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에 대한 기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파병 외 다른 방식의 기여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