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정신적 준비가 모두 완벽하다. 당당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하겠다.”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인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을 앞둔 ‘쌀딩크’ 박항서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1)이 9일 태국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우리가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대들도 모두 강하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베트남은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북한과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베트남은 10일 오후 7시 15분(한국 시간) 태국 부리람에서 UAE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A대표팀·23세 이하 대표팀 겸임)을 맡은 박 감독의 신화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이 대회다. 박 감독 측 관계자는 “베트남에 오기 전 한국에서 3부 리그(창원시청) 사령탑이었던 박 감독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을 통해 단번에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중국에서 끝난 3회 대회에서 박 감독은 강력한 동기부여와 세심한 선수 관리의 ‘파파(아빠) 리더십’으로 베트남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2018년 스즈키컵, 2019년 동남아시아경기 등에서 우승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태국 현지에서 케이크를 준비해 선수들의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등 ‘파파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8일에는 생일을 맞은 골키퍼 Y 엘리 니에의 볼에 뽀뽀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베트남 언론 봉다는 “박 감독이 돌발 행동으로 대회를 앞둔 선수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이 조별리그를 통과(4개 팀 중 2위 이내)하기 위해서는 중동세(UAE, 요르단)를 넘어야 한다. 박 감독은 A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등에서 두 팀을 꺾은 경험이 있다. 그는 “중동 팀과 경기를 많이 해봐서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베트남은 2차전에서 요르단(13일)과 맞붙은 뒤 조별리그 최종전(16일)에서 북한을 만난다. 다음 달 제주도에서 열리는 여자축구 올림픽 최종 예선에 불참을 통보한 북한이지만 태국에서 열리는 남자축구 최종예선에는 정상적으로 참가했다. 44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북한의 미드필더 김금철은 AFC와의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팀 전체가 많은 노력을 했다. 대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