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가진 새로운 기술과 현대모비스의 생산 능력이 만나면 혁신적인 자동차 부품을 만들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서 지난해 12월 4일(현지 시간) 만난 류시훈 모비스 벤처스 실리콘밸리 센터장은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에는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사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도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강조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2018년 11월 실리콘밸리에 투자 거점인 모비스 벤처스를 세웠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크래들이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관련 부품 기술 발굴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의 사무소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크래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면 모비스 벤처스는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서비스를 찾는 데 주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의 콘티넨털과 보쉬, 일본 덴소, 아이신 등은 수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나 투자 거점을 지어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중국의 유력 스타트업들이 모인 선전에 두 번째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인 ‘엠큐브(M.Cube)’를 열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점유율 1위 업체인 미국 벨로다인에 5000만 달러(약 585억 원)의 지분 투자를 할 때 실무를 주도한 것이 모비스 벤처스다. 현대모비스는 벨로다인과 함께 자율주행 3단계(조건부 자동화)용 라이다 시스템을 양산해 2021년부터 완성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류 센터장은 “벨로다인은 기술을 제공하고 현대모비스는 양산을 맡아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비스 벤처스는 앞으로 차량의 주요 주행 정보와 길 안내 그래픽을 운전자의 시야에 크게 비춰 주는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우선 투자할 계획이다. 류 센터장은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우수한 스타트업을 먼저 발굴하려는 글로벌 부품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모비스 벤처스는 더윽 간결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춰 신속하게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서니베일=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