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난해한 개념미술 직접 보고 경험하세요

Posted January. 20, 2020 08:52,   

Updated January. 20, 2020 08:52

日本語

 바닥에 책 무더기가 쌓인 어두운 방. 유일한 빛은 천장에 매달린 튜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이다. 7개의 튜브 속 프로젝터는 사람의 얼굴, 몸통, 입, 손가락과 모리스 블랑쇼(1997∼2003)의 ‘최후의 인간’ 속 텍스트, 의자를 촬영한 영상을 책 위로 겹친다. 짧은 영상들은 계속 반복된다. 미국 작가 게리 힐(69)의 설치작품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1991∼1992)이다.

 작품의 키워드는 ‘부분’이다. 책들은 펼쳐진 부분만을 내보인다. 영상의 사람 몸도 전체가 아닌 부분이다. 더 결정적 힌트는 블랑쇼다. 작가가 인용한 부분은 어두운 공간에 누운 화자가 직접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말하는 내용이다. 책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이 설치작품이다. 블랑쇼는 인간의 인식이 무수한 감각, 지각 경험으로 형성된다는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의 후기구조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게리 힐: 찰나의 흔적’에서 이런 사상을 작품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후기구조주의와 맞물려 선보인 1980년대 개념미술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전시한다. 3월 8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