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에서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15일 귀국한 뒤 치료를 받고 있다. 아시아 외 대륙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2일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440명(대만 포함)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130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13개 중국 성(省), 시(市)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의심 환자까지 합치면 21개 성, 시가 영향권에 들어 중국 31개 성, 시의 68%에 달했다. 이날 마카오에서도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중국 내 사망자도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당국이 관찰 중인 밀접 접촉자가 1394명에 달해 환자 급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전염 상황이 더욱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팀의 지적을 전했다. 이들은 “지역사회 전파도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전문가팀의 중난산(鍾南山) 팀장은 “슈퍼 전파자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14억 인구 중 4억5000만 명 이상이 이동하는 춘제(중국의 설·25일)가 다가와 대유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스 사태급 대응을 천명한 중국 당국은 우한으로 가거나 우한을 떠나지 말라는 우한 여행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 4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써 국내 우한 폐렴 유증상자는 1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 여성 A 씨(35)를 포함해 총 16명으로 늘었다. 새로 추가된 유증상자 중 3명에는 A 씨와 함께 우한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탄 승객 및 공항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상황을 보고받은 뒤 “검역 및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던 국무회의에서도 “방역에 각별히 힘써 달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주애진 / 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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