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나고 이모 씨(37)는 출근 때마다 보건용 마스크를 챙긴다. 명절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환자가 잇달아 발생한 탓이다. 깜빡 잊으면 서울 광화문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구입한다. 이 씨는 “버스에서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보기 힘들다”며 “다른 사람이 불안해할까 꼭 착용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환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과거에 비해 마스크 착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1.2%에 달했다고 7일 밝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인 2016년 조사 때(35.3%)보다 2.5배 가까운 규모다.
‘비누나 소독제로 손을 깨끗하게 하느냐’는 질문에 대다수 응답자(98.7%)가 ‘그렇다’고 답했다. 2016년 조사 때는 87.8%였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에 대해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실제 시민들은 메르스보다 신종 코로나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접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60.4%)이 압도적이었다. 공포(16.7%)와 충격(10.9%), 분노(6.7%) 등이 뒤를 이었다. 10명 중 6명(60.9%)은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메르스보다 우리 사회에 더 심각한 피해를 입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59.2%였다.
다만 자신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것으로 보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본인 감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2.7%가 ‘높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10명 중 7명 이상(74%)은 감염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진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의 비난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두렵다’ ‘무증상자와 접촉했다 감염될까 두렵다’와 같은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자 중 42.1%는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상자의 94.7%가 ‘가짜뉴스 유포자를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연구진은 “신종 코로나의 치명률이 메르스에 비해 높지 않다는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의 위험 의식이 팽배하다”며 “정부와 전문가, 언론, 시민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