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 도쿄 올림픽의 정상 개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본 정부 인사가 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처음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는 일본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은 3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올림픽 연기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개최 도시 계약에는 ‘도쿄 올림픽이 2020년 중에 개최되지 않는 경우’에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취소할 권리를 갖는다고 쓰여 있다”며 “2020년 중이라면 연기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답했다. 이어 “조직위원회와 IOC, 도쿄도가 예정대로 7월 24일 개최를 전제로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도 확실하게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시모토 담당상의 답변에 대해 일본 내에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올림픽 연기설을 보도한 일부 매체는 개최 도시 규약을 언급한 것 자체가 연말 연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며 “5월 말이 올림픽 개최 여부의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하시모토 담당상의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바흐 위원장은 4일 스위스 로잔 본부에서 열린 IOC 집행위원회 회의 도중 긴급 성명을 내고 “도쿄 올림픽 성공을 위해 IOC가 전면적으로 관여하겠다”며 올림픽 연기설 등을 일축했다. IOC 집행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전 세계 선수들에게 “정상적으로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라”라고 독려했다. 앞서 3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도쿄 올림픽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일본을 신뢰하며 IOC와 함께 상황을 주시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3일 현재 약 1000명에 이르면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도쿄 올림픽 개막일인 7월 24일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즈노 야스다카 글로벌헬스케어 클리닉 원장은 4일 도쿄신문에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고 잠복기간이 긴 데다 무증상 감염자도 있어 봉쇄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계적으로 7월까지는 종식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永浜利廣)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도쿄 올림픽이 무산될 경우 일본의 경제손실 예상액은 2조6000억 엔(약 287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림픽 붐업에 중요한 행사인 성화 봉송 릴레이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은 4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 성화 도착 행사 규모를 애초보다 4분의 1 이하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를 출발한 성화는 20일 일본 미야기현 히가시마쓰시마시 항공자위대 마쓰시마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산케이에 따르면 정부는 행사 참가자를 조직위 관계자 등으로 한정하고, 일반 관객 참가도 보류할 방침이다. 현지 초등학생 200명 초청도 취소하기로 했다. 산케이는 “도착 행사에 이어 26일 후쿠시마현 축구시설 J빌리지에서 실시될 성화 출발식도 참가자 축소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정상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