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보다 한국이 더 안전하잖아요.”
프로농구 KCC 외국인 선수 오데라 아노시케(29·201cm)가 리그 종료에도 미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당분간 한국에 머물기를 택했다. 고향인 미국 뉴욕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함에 따라 4월 초까지 경기 용인시 KCC 숙소에 있을 계획이다.
프로농구 각 구단의 선수단 클럽하우스와 체육관은 대부분 비어 있다. 24일 한국농구연맹(KBL)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KCC 찰스 로드가 27일 출국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가 이미 귀국했거나 주중 떠날 예정이다. 휴가를 마치고 24일 한국으로 돌아온 KGC 덴젤 보울스는 입국 직후 시즌 종료 사실을 전해 듣고 3일 만인 27일 재출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노시케는 뉴욕주의 확진자가 3만 명을 넘어가면서 당분간 한국에 남아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달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이 두려워 KT 앨런 더햄, 오리온 바이런 멀린스 등이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아노시케는 아마 이번 시즌을 오래도록 기억할지 모른다. 처음 겪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는 KCC에서 단 1경기만 뛰었다. 부상당한 라건아의 대체 선수로 KCC에 합류한 그는 2월 29일 KT전에서 22분 25초 동안 18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이 유일한 경기 기록이다. 이날 겪은 무관중 경기 경험도 난생처음이었다. 아노시케는 “관중 없이 경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다. 어색하고 신기했다. 한국 데뷔 무대였는데 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서운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를 치른 뒤 KCC 선수단이 머물렀던 호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KBL은 전면 중단됐다. 이후 KBL은 다시 재개하지 못하고 리그 종료를 선언했다. 아노시케로서는 데뷔전이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셈이다. 그는 19일 갑작스러운 인후통을 느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시즌 조기 종료로 KCC는 4위(23승 19패)로 마쳤다. 시즌 막판 우승 경쟁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아노시케는 1경기만 뛰었지만 잔여 연봉은 정상대로 받게 됐다. KCC 클럽하우스에 머무는 아노시케는 주중에는 KCC 프런트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챙긴다. 구내식당이 열지 않는 주말에는 구단 근처 식당을 찾는다. 아노시케의 유일한 외출 시간이다. 아노시케는 “원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숙소에 머무는 게 특별히 힘들진 않다. 한국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또 “미국의 가족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7남매가 뉴욕에 있는데 그중 의사, 간호사도 있어서 자가 격리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