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남북철도 연결 재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미 정상이 이틀 전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한미의 연이은 대화 시그널에 북한이 화답할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이날 “23일경 제313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통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등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 등 여러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지정되면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 면제가 가능해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교추협은 앞서 주로 서면협의 방식으로 열렸지만 이번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직접 대면회의를 주재하며 사업 추진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번에 검토되는 사업 구간은 강릉∼제진 노선으로 총길이는 110.9km다.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건설된다. 총공사기간 7년에, 공사비는 약 2조349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강릉∼부산 구간은 연결된 상태라 이번 구간이 연결되고, 북한 내 구간이 정비되면 부산에서 출발해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쳐 영국 런던까지 철도로 닿을 수 있다.
남북철도 연결은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기본 토대이자, 2년 전 4·27 판문점선언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남북은 2018년 12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이듬해 북-미 정상의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동해북부선 사업은 남북이 그간 합의했던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의 이행이라는 차원에 더해서, (해당) 지역의 경제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 재추진에 나서면서 북한이 남북, 북-미 대화에 다시 관심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2018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을 보기 위해 강릉선 고속열차(KTX)를 타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해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한미 정상이 18일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강조한 데 이어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에 ‘행동’으로 나선 것이 북한을 대화 판으로 이끄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4·27회담 2주년이 되는 27일 오전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통일부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도 연다. 기념식에는 김연철 장관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정부·지자체 및 관계단체장 등 150여 명이 참석하며 남북철도 연결을 염원하는 퍼포먼스, 기념식수 등 행사가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4·15총선 여당 압승 이후 정부가 바로 대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동해북부선 연결은 수년 전부터 정부가 논의해온 사안이며, 철도 연결 기념식도 4·27회담 2주년 관련 행사로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