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는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위독하다는 첩보가 포착됐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 부인하고 나섰다.
미국 CNN 방송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중태(grave danger)에 빠졌다는 첩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다른 미국 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 건강에 대한 우려는 신빙성이 있지만 얼마나 심각한지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지난주 심혈관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해 세부사항을 파악하려 애쓰는 중”이라며 “백악관도 이를 보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 열흘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태양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다. 국내 대북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며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직접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확산을 차단하고 나선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현재 지방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묘향산 지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군부 등 어느 조직에서도 비상경계 등 특별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건강 이상설을 뒷받침할 특이 동향이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보 당국은 현재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200km가량 떨어진 함경남도 원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20일 정보라인을 통해 김 위원장 동향에 대한 첩보를 공유했지만 김 위원장의 상태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어떤 종류의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중태라는 동향이 파악되지는 않았다”며 “주중 북한인들 사이에도 이상 동향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 워싱턴=김정안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