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서버 및 PC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고, 고급형 스마트폰 신작 출시 효과가 더해져 전체 영업이익 6조 원대도 지켜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생산·판매량 감소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4∼6월) 실적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9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재무제표)이 6조4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55조33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6% 늘었다.
매출 상승은 반도체(DS) 부문이 이끌었다. 반도체 부문의 매출은 17조6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9% 증가했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매출은 4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라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수주 성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전무는 “메모리반도체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증가로 서버 및 PC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9900억 원으로 3.2% 감소했다. 시스템반도체의 외형 확장에 비해 수익성이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태인 데다 메모리반도체 값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불황이 극심했던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5.7% 늘어났다.
삼성은 올해 반도체 부문 1, 2차 우수 협력업체에 805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동반성장 목적으로 매년 2번씩 지급해 온 인센티브다. 올해는 전년 대비 50억 원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를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 전망됐던 스마트폰 부문은 매출은 감소해도 영업이익이 껑충 뛰어올랐다.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이 2조6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이 6400만 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9% 감소했지만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0’ ‘갤럭시 Z플립’ 출시에 힘입어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의 1분기 평균 판매 단가(ASP)는 266달러(약 32만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났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영업이익은 45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1.8% 감소했고 디스플레이사업부는 29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하만(음향, 전장) 부문도 19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1분기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2분기 실적은 전 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한 스마트폰 및 가전 수요 급락 영향이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하반기까지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스마트폰과 소비자가전 사업을 중심으로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 등을 통한 위기관리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하반기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신작은 예정대로 출시하되 온라인 중심의 효율적인 판매 전략으로 실적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