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 주세요. 우리가 응원할 KBO리그 팀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인 더럼 불스는 5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더럼을 연고로 하는 더럼 불스가 선택한 팀은 NC다.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의 약자가 바로 NC이기 때문. 이에 계정 관리자는 “이제부터 이곳은 NC 팬 계정”이라는 농담까지 섞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농구(NBA), 축구(MLS), 아이스하키(NHL), 미식축구(NFL) 프로팀은 있지만 MLB 팀은 없다.
NC와의 인연은 이뿐이 아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NC의 팀명(다이노스)이기도 한 공룡의 화석이 종종 발견되는 곳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도 공룡 연구로 유명하다. 한 팬은 “더럼 불스와 NC 두 팀의 유니폼 모자에 새겨진 이니셜(D)이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마침 미국 ESPN이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한 KBO리그 경기가 5일 NC-삼성전이어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5일 개막한 KBO리그를 향한 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무대에 복귀한 전직 KBO리거들도 친정 홍보대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 롯데에서 총 5시즌을 뛰었던 투수 조쉬 린드블럼(33·밀워키)은 6일 ESPN의 두산-LG 경기 중계에 일일 해설자로 나섰다. 린드블럼은 이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하며 “(KBO리그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답하겠다”고 밝혔다. 5일에는 KBO리그 개막을 전하며 국내 10개 구단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했다. 앞서 NC-삼성전에는 NC 출신의 에릭 테임즈가 ESPN 중계 도중 깜짝 등장해 KBO리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7∼2019시즌 삼성에서 뛰다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타자 다린 러프(34)는 아들 헨리가 삼성 유니폼을 입은 채 한국말로 “라이온즈 파이팅”을 외치는 영상을 올렸다.
미국 야구 통계 사이트인 ‘팬그래프스’는 2020시즌 KBO리그 예상 성적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 전문가인 댄 심보르스키는 자신이 만든 예측 시스템 ‘ZiPS’를 통해 키움이 86승 58패로 정규시즌 1위를 할 거라고 전망했다. 2위는 두산, 최하위는 한화를 예상했다. 홈런 1위는 키움 박병호(30개), 타율 1위는 NC 박민우(0.333), 평균자책점 1위는 KIA 양현종(2.98)이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외에 일본 언론의 관심도 높다. 스포츠호치는 6일 “한국 야구팬들이 야구의 봄이 돌아온 것을 즐기고 있다”고 표현하며 두산 김태룡 단장의 전화 인터뷰 소식을 전했다. 닛칸스포츠는 “미국에서 다른 나라 프로야구 리그를 방송한 적이 없다”며 KBO리그를 향한 높은 관심도를 전했다.
단연 열기가 뜨거운 곳은 안방인 국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5일 개막전 5경기의 평균 시청률은 1.47%로 지난해 개막전(1.39%)과 어린이날(0.68%) 기록을 앞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로 본 누적 시청자 수는 149만3483명으로 지난해 개막일(34만3291명)의 4.4배, 어린이날(16만4434명)의 9.1배에 달했다. 사무국과 구단은 코로나19 추이를 살펴 조만간 관중 입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