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리를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 정부로부터 최근 마스크를 전달받은 프랑스의 폴 로랑 씨(80·사진)는 감격에 겨운 듯 이렇게 말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24일(현지 시간)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유가족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로랑 씨는 1952년 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해 중사 계급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 1952년 한반도에 도착한 그는 미군 2사단에 배속된 프랑스군 소속으로 약 1년 간 각종 전투에 참여했다.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에 대항한 참호전이 벌어지는 상황이었다고 로랑 씨는 설명했다. 그는 1953년 10월 한반도를 떠났다. 그는 25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1974년 귀국해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방의 소도시 아뇨에서 살고 있다.
대사관은 이달 초 로랑 씨와 같은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코로나19 마스크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주부터 마스크 2만 장을 참전용사와 유족들, 보호병원에 보내는 중이다.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8만 명이 넘고 사망자가 3만 명에 육박하면서 마스크 등 방역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로랑 씨는 “집 편지함에서 한국 정부가 보낸 마스크 소포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한국이 아직도 우리를 기억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대사관은 27일 대사관 경내에서 참전용사를 초청해 조촐한 마스크 전달식도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해 최소한의 인원만 초청할 계획이라고 대사관 측은 전했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