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신라 고분에서 43년 만에 금동(金銅) 신발이 새로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銀板), 각종 말갖춤(마구·馬具)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27일 밝혔다. 신라 금동 신발은 실생활에서 쓰던 것이 아니라 장사를 치르기 위해 의례용으로 만든 것이다. 경주 신라 고분에서 이 같은 신발이 출토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에서 나온 이후 처음이다.
한 쌍인 금동 신발은 매장된 시신의 발치에서 발견됐다. 표면에는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금동 달개(영락·瓔珞)가 달려 있다. 신발은 27일 현재 완전히 파낸 것은 아니어서 계속 발굴 중이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금동 신발이 출토된 적이 있다. 조사기관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 김권일 선임연구원은 “금동 신발이 나왔다는 건 무덤에 묻힌 사람이 왕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시신의 다리 부분에선 허리띠 장식에 쓰인 은판이 드러났고, 머리 부분에서는 여러 점의 금동 달개가 확인됐다. 이 달개는 머리에 쓰는 관(冠)이나 관 꾸미개(관식·冠飾)일 가능성이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부장품으로는 금동 말안장(안교·鞍橋)과 금동 말띠꾸미개(운주·雲珠)를 비롯한 각종 말갖춤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다양한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황남동 120호분은 경주 대릉원 일원에 있다. 일제강점기 때 고분 번호가 부여됐지만 민가가 들어서면서 훼손돼 고분의 존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2018년 5월 발굴조사에 들어간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해 120호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20호분의 북쪽과 남쪽에 고분이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