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들이 늙은 피부 세포 일부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회춘’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노인성 질환을 억제할 치료제와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뇌공학과 조광현 교수와 안수균 연구원,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팀은 사람의 노화된 피부 세포 일부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노화 기술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노화는 생명체가 시간이 흐르며 생존과 생식에 필요한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이다. DNA 손상이 누적되거나 암 유발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등의 이유로 세포가 증식을 멈춰가는 ‘세포 노화’가 누적돼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사망률도 올라간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노화를 거스르고 신체를 젊게 되돌릴 수 있도록 세포를 증식 가능한 상태로 바꾸는 ‘세포 역노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세포 노화를 되돌리는 전략으로 ‘역분화’ 기술이 가장 널리 연구되고 있다. 역분화는 피부 세포처럼 특정 신체 조직으로 자란 세포에 ‘야마나카 전사인자’라는 단백질 4종을 추가해 특정 세포로 분화하기 이전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는 있지만, 효율이 낮고 엉뚱하게 암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아직까지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조 교수 팀은 3개 층으로 이뤄진 인체 피부 가운데 가장 두꺼운 ‘진피’ 윗부분에 존재하는 ‘섬유아세포’ 속 단백질 수십 종에 주목했다. 섬유아세포는 마치 건물의 시멘트처럼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주고 세포를 연결해주는 콜라겐 등 물질(세포외기질)을 생산하는 세포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섬유아세포 속 단백질들이 어떻게 신호를 서로 주고받으며 기능을 수행하는지 모델로 만들었다.
연구팀은 다시 이 모델을 토대로 ‘PDK1’이란 단백질이 피부 세포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DK1’은 단백질 합성과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엠토르(mTOR) 단백질과 면역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NF-kB)을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사람의 진피 섬유아세포와 이를 이용해 만든 입체 인공피부를 이용해 PDK1 유전자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노화된 피부 조직에서 감소했던 콜라겐의 합성이 늘어나고 재생 능력이 회복돼 젊은 피부 조직의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라고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로 노화 역시 되돌릴 수 있는 생명 현상일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건강 수명을 연장하고 노인성 질환을 예방하는 치료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이 기술을 응용해 동백 추출물에서 PDK1 억제 성분을 추출해 노화된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는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이달 18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