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한국대사로 내정된 강창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1일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나 기업이 우선 배상하고 추후 일본 기업에 배상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일본 언론에 밝혔다. 2011년 일본 정부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방문에 대해선 ‘원래 일본 영토였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사 부임을 앞두고 일본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감한 문제에 대한 고위직 외교관 내정자의 발언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내정자는 이날 서울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과 만나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서로 명분을 세울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원고로부터 채권을 인수해 현금화를 회피하는 방안이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혜택을 본 한국 기업 등을 중심으로 배상을 대위변제(제3자가 우선 갚은 후 채무자에 대해 구상권을 취득)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 한국 기업이 대위변제하는 방안 등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아이디어이지만 한국 정부가 언급한 적은 없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이 배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강 내정자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얘기를 해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 내정자는 일본 언론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2011년 5월 일본과 러시아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를 방문해 ‘러시아 영토’라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 “(일본이) 러시아에 빼앗겨 점유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제대로 (기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 간의 영토 분쟁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위안부 문제로 일왕의 사죄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일본에서 천황의 존재, 역할에 대해 무지(無知)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가 2일 보도했다. 강 내정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지한 발언이란 보도는 오역이다. 문 전 의장이 일본 천황제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한 것 같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내정자는 또 일왕 호칭과 관련해 일본 언론에 “(주일)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고 정부의 일원이 되면 공식적인 호칭을 써야 한다. 정부에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