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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회화-드로잉으로 만나는 ‘백남준’

오방색 회화-드로잉으로 만나는 ‘백남준’

Posted December. 09, 2020 08:48,   

Updated December. 09, 20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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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프리즈 아트페어를 가보니 백남준 작품이 국내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더라고요.”

 3일부터 ‘백남준’전을 열고 있는 리안갤러리 서울 안혜령 대표의 말이다. 안 대표는 “비디오아트를 시작한 백남준은 팝아트의 창시자 앤디 워홀만큼이나 중요한 작가인데 정작 우리는 아직도 그를 잘 몰라 안타깝다”고 했다.

 백남준(1932∼2006)의 작품 27점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평면 작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다. 캔버스 회화가 6점, 판화 10점이다. 텔레비전 조정화면 같은 오방색 배경 위에 그림을 그린 ‘무제’(1994년)나 조각 작품을 토대로 한 판화 ‘진화, 혁명, 결의’(1989년) 등을 볼 수 있다. 회화 작품에서는 한자, 한글, 로마자 등 문자의 활용이 두드러진다.

 안 대표는 “설치 작품보다 소장하기 쉬운 회화 작품이 해외에서도 인기”라며 “한자와 한글이 재밌는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도 볼 수 있다. 전시장 지하에 설치된 ‘볼타’는 안 대표가 25년간 소장한 작품이다.

 “‘볼타’는 제임스 코한 갤러리에서 구매한 뒤 줄곧 집의 식탁 옆에 놓았던 작품이에요. 백남준을 너무 좋아해 그가 세상을 떠난 날 제가 가진 작품의 불을 전부 껐다가 켜는 ‘추모식’도 했어요. ‘볼타’는 개인적 애착이 많아 판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갤러리스트가 되기 전 컬렉터였던 그는 2007년 갤러리 개관 전부터 백남준의 설치 작품만 9점을 갖고 있었다. 안 대표는 “진짜 컬렉터라면 미술사적으로 이미 입지가 확고한 백남준 작품 한 점은 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컬렉터들이 유독 고장 같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대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미국 작가 댄 플래빈 작품도 형광등이 깨지거나 수명이 다하면 현지에 주문해 바꿔야 하거든요. 저도 직접 해본 적이 있어 잘 알아요. 네온이나 형광등보다 더 수명이 긴 브라운관을 이제는 조금 덜 두려워해도 되지 않나요?”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