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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방한 맞춰 나온 김여정 악담...북의 고난 깊어질 뿐

비건 방한 맞춰 나온 김여정 악담...북의 고난 깊어질 뿐

Posted December. 10, 2020 08:20,   

Updated December. 10, 20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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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이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주제넘게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았다”며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강 장관이 최근 국제회의에서 “(코로나19가) 북한을 더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고 한 발언을 집어내 대남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올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관계 단절을 주도한 김여정이 6개월 만에 내놓은 대남 담화다.

 김여정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에 맞춰, 그리고 정부여당의 대북전단금지법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나왔다. 남측을 한층 압박하면서 미국의 관심도 끌어보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김여정은 6월 저급한 막말로 대남 공세의 선봉에 섰다가 김정은의 보류 지시로 물러섰다. 7월엔 미국 측의 대화 메시지에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꼭 얻으려한다”며 북-미 접촉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이후 입을 닫았다.

 그런 김여정이 다시 나선 것은 미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2인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한미의 대응을 떠보겠다는 속셈으로 읽힌다. 트럼프식 톱다운 협상의 퇴장을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게 북한이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바짝 긴장하며 해외공관에도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남측에 대해서도 비난 메시지를 자제해왔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U턴하고 있다”(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전망도 나왔다.

 이런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다시 최고권력자의 동생을 내세워 위협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거기엔 답답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초조감이 담겨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은 갈수록 죄어오는 대북제재와 자폐적 코로나 봉쇄 상황에 대해 ‘혹독한 격란’ ‘전대미문의 고난’이란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측 장관 정도는 길들일 수 있다는 듯 기고만장하다. 그런 태도로는 위기 타개는커녕 굶주림의 고통만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