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 24일(현지 시간) 집에서 조용히 80세 생일을 보내면서 스스로 방역 모범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파우치 소장은 크리스마스이브와 겹치는 자신의 생일을 보통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는 계획을 바꿔서 워싱턴에 있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머물기로 했다. 또 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세 딸 등 다른 가족들과는 화상으로 인사를 나눴다. 파우치 소장은 언론에 “내가 미국인들에게 여행을 제한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와중에, 정작 나 자신은 밖에 나가 파티를 즐기는 공무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이 비록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하지는 못했지만 부인 크리스틴 그레이디는 그를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다. 파우치 소장 몰래 가족과 친구 15명을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인 줌으로 초청해 최근 온라인 파티를 열어준 것. 23일에는 코로나19로 올 한 해 그와 함께 사투를 벌였던 응급 의료요원들이 파우치 소장을 즐겁게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 있는 국립보건원 앞에 모여 있다가 퇴근하는 파우치 소장에게 깜짝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24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질 여사 부부가 파우치 소장의 80세 생일을 기념해 직접 함께 부른 축하 노래를 트위터에 올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노래가 끝난 뒤 “생일 축하합니다. 질과 조 바이든으로부터”라고 말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시장은 “파우치는 우리 공동체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헌신한 워싱턴 주민”이라면서 24일을 ‘닥터 앤서니 파우치의 날’로 선포한다고 23일 밝혔다.
지금까지 모두 6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감염병 관련 조언을 해온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잇단 소신 발언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감을 얻었다.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22일에는 직접 백신을 맞았다. 그의 공로와 전문성을 높이 산 바이든 당선인도 차기 행정부에서 파우치 소장에게 계속 코로나19 대응을 맡기기로 했다. 앞서 11일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은 파우치 소장과 전 세계 의료진을 ‘올해의 수호자(Guardians of the year)’로 선정한 바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