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연초부터 잇달아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연쇄적인 물가 상승의 신호탄이라는 안 좋은 해석도 없지 않지만,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더 우세하다.
대표적인 후방산업으로 꼽히는 철강업이 회복 징조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새해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자동차 생산 증가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다.
○ 줄줄이 가격 올리는 철강업계
지난해 12월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월과 2월에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각각 t당 5만 원씩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 2017년 이후 4년 만에 열연강판 가격이 80만 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열연강판 가격이 오르면 주요 조선사, 자동차사와 개별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후판, 냉연강판 등의 가격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초 이미 열연강판 가격을 t당 3만 원 인상한 현대제철도 이달 중에 5만 원씩 2차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철강업은 조선·자동차·건설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대표적인 후방산업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을 감내해야 했다. 포스코는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의 불까지 끄진 않았지만 사상 첫 휴업을 진행하며 지난해 2분기(4∼6월) 처음으로 1000억 원대의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완성차 감산에 따른 타격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좋은 시그널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는 철강재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인상을 제품 가격에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철광석 가격은 고공행진 했지만 수요 산업이 부진해 가격에 반영하진 못했다. 연초에 연이은 철강재 가격 인상이 예고되면서 시장에서는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 “글로벌 자동차 생산, 인프라 투자 늘어날 것”
중국,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철강재 가격 인상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소비국인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수요 회복에 따라 철강재 가격을 올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중국 번시강철의 열연강판 수출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505달러(약 54만8000원)에서 12월 넷째 주에는 745달러까지 급등했다.
세계철강협회(WSA)도 지난해 10월에 2021년 글로벌 철강 수요를 2020년에 비해 4.1% 증가한 17억9510만 t으로 예측했다. 자동차 생산 증가와 함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예상되는 건설업이 수요 증가를 이끌면서 코로나19 사태가 덮치기 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3000만 t 이상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상승 기대감은 국내 주요 철강사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13만8000원까지 떨어졌던 포스코 주가는 12월 30일 27만2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3월 말 1만315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제철 주가는 12월 30일 3만9600원을 기록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 달 사이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철강재 가격이 20∼30% 급등하며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철강 ‘업사이클’이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도형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