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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伊강제노역 피해자, 獨정부가 배상” 승소 근거로 ‘페리니 판결’ 언급한 재판부

“2차대전 伊강제노역 피해자, 獨정부가 배상” 승소 근거로 ‘페리니 판결’ 언급한 재판부

Posted January. 09, 2021 08:05,   

Updated January. 09, 20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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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니 사건’을 봐서 충분히 (승소가) 가능하다고 봤다. 오늘 재판장이 조금 다른 식으로 표현했는데 결국은 페리니 사건이다.”

 8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에 대해 원고 측의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인 ‘주권면제’를 인정할 수 없다며 페리니 사건을 언급했다.

 2004년 이탈리아 대법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루이지 페리니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독일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당시 이탈리아 대법원은 “국제범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페리니의 손을 들어줬다. 주권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사실상 첫 판결로 불린다.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2012년 “이탈리아 대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ICJ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법을 만들었으나 2014년 이탈리아 헌법재판소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시 위헌 결정을 했다. 페리니는 아직 독일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이 11 대 2의 다수 의견으로 2018년 10월 일본제철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을 당시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은 페리니 사건을 언급했다. 이들은 “국제법상 전후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주권국가가 외국과 교섭해 자국 국민의 재산이나 이익에 관한 사항을 국가 간 조약을 통해 일괄적으로 해결했다면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된다”면서 ICJ의 페리니 사건 결정문을 인용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