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메이저리그(MLB) 다저스 구단은 9일 “라소다 전 감독이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자택에 머물던 중 심장마비가 왔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향년 94세. 라소다 전 감독은 지난해 11월에도 건강 문제로 두 달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야구계도 슬픔에 빠졌다.
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투수로 데뷔한 그는 스카우트, 감독, 구단 고문과 부사장 등을 포함해 67년 동안 다저스에 몸담았다. 197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뒤 1996시즌 심장병으로 중도 사퇴할 때까지 21년간 다저스를 이끌었다. 재임 기간 중 두 차례(1981년, 1988년)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놨고, 내셔널리그 감독상도 두 차례(1983년, 1988년) 받았다. 감독 통산 성적은 3040경기 1599승 2무 1439패. 1997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다저스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그는 “내 몸에는 (다저스의 상징색인) 푸른 피가 흐른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의 감독 시절 등번호인 2번은 팀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있다.
라소다 전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 빅리거가 된 ‘코리안특급’ 박찬호(48)를 ‘한국 아들’로 불렀고, 박찬호 역시 그를 ‘양아버지’로 대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124승을 올린 박찬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떤 말로 이 슬픔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7년 동안 내게 사랑을 준 전설적인 야구인 라소다 감독님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셨다”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마음이 무겁고 슬픔이 깊어지는 건, 그가 내게 준 사랑과 추억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병문안도 가지 못했다. 얼굴도 못 보고, 목소리도 듣지 못해 더 슬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민타자’ 이승엽 KBO 홍보대사(45)도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라소다 전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라소다 전 감독은 다저스 부사장 시절이던 2003년 이승엽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 직접 방한해 대구를 찾기도 했다.
다저스 마무리 투수 켄리 얀선은 자신의 트위터에 “야구에 많은 사랑을 쏟았고 기쁨을 주셨던 라소다 감독이 ‘푸른 천국’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