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의 전 세계 백신 지원 업무를 담당할 백신외교 책임자를 임명했다. 국내 접종에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하에 저개발국 등에 백신을 지원해 공격적인 백신 외교를 펼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사진)은 5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국제 비영리단체 ‘원캠페인’의 게일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를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안전 조정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USAID 수장 당시 에볼라, 말라리아, 결핵, HIV(에이즈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국제 공조를 담당했다. 2017년부터 아프리카 빈곤 및 질병퇴치 운동을 벌이는 원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국내 백신 공급이 원활할 것이란 확신에 따라 더 많은 나라와 백신을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 점에서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 호의를 베풀기 위해 다른 나라에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다. 블링컨 장관은 “(백신 외교는) 생명을 구하는 일에 관한 것”이라며 “동맹국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겠다. 과다한 약속을 하지도, 기대에 못 미치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를 돕기 위한 백신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백신만을 공급하고 공정한 배분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50여 개 개발도상국에 자국산 백신을 지원해왔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 또한 올해 초부터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잇달아 순방하며 백신 외교에 나서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 세계적으로 종식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도 끝나지 않는다”며 미국이 지도력을 발휘해 국제 공조를 이끌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미국이 전 국민 접종을 완료해도 세계 다른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창궐하면 미국도, 미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당초 취임 100일 안에 미국인 1억 명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던 바이든 행정부는 이 목표를 58일 만에 달성했다. 이에 최근 5월 말까지 모든 미 성인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며 목표를 수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 백신협력기구 코백스(COVAX)에 4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지난달 미 의회 또한 해외 팬데믹 대응을 위한 110억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