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이어진 해상운송 운임의 강세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과거 10여 년간의 불황을 딛고 재도약할 기회로 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배의 빈자리까지 쥐어 짜내는 화주들의 자구책도 나오는 상황이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 해운 화물운임의 동향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9일 일주일 전보다 2.5% 오른 2652.12로 나타났다. 올해 최고치인 1월 15일 기준 288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저치였던 3월 26일 2570.68 이후 2주 연속 올랐다. 지난해 4월 867.82, 7월 1033.5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 3배로 올랐다.
해운업계에서는 3월 23일(현지 시간)부터 29일까지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벌어진 이집트 수에즈 운하 통항 중단의 여파로 보고 있다. 당초 우려보다 운하 복구가 일찍 이뤄져 3일 모든 통항이 정상화됐지만 일부 해운사들이 운하가 막혀 있던 기간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 희망봉으로 편도 기준 약 9000km 우회하기로 하면서 일부 선박의 예정됐던 화물 선적과 하역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 운임 강세는 2분기(4∼6월)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2500을 돌파한 SCFI가 올해 한 번도 2500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물동량 증가와 선박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증가한 비대면 전자상거래 수요와 함께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활동 활성화, 유럽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증가에 따른 경제봉쇄 해제가 맞물리며 해운 수요를 계속 떠받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 2월 부산항을 통한 수입 건수는 26만9506건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었다. 수입 금액은 201억5853만 달러로 8% 늘며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같은 해운 수요 증가에 힘입어 HMM(옛 현대상선) 경영실적은 사상 최고 기록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80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0년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이를 뛰어넘어 1조 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업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화주들은 치솟는 해운 운임과 함께 당장 배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HMM이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하고 있지만 대수요처인 중국에서의 물량 증가로 한국을 경유하는 선박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이 때문에 선박의 빈 공간을 화주들에게 내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포스코는 철광석 수송을 위해 운용 중인 선박의 남는 자리를 외부 기업에 개방하는 ‘합적배선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 시범운영 때 42개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았고 올해 1분기에도 약 3만 t을 실어 날랐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에서 출발하는 선박을 구하지 못해 추가 비용을 내고 부산으로 옮겨 선적해야 했던 지역 기업이 포항에서 포스코 선박에 선적할 수 있었고 한 업체는 유럽으로의 운송에 물류비를 t당 약 100달러(약 11만 원)씩 아꼈다”고 말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