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잘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도 백신 쟁탈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지난해 초 상대적으로 확산세가 더뎠던 국가들을 가리켜 ‘굼벵이들(laggards)’이라고 지칭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 덕분에 확보한 ‘사치스러운(luxury)’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는 곳으로 꼽혔지만 이제 미국, 영국이 백신 접종에서 앞서 나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이다.
NYT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백신에 의존하며 초기에 설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도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연말까지 전체 인구에 대한 예방 접종 목표를 최근 취소했다. NYT는 한국과 호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3% 미만이며 일본과 뉴질랜드는 1%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을 포함해 초기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들이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던 국가들만큼 백신 확보에 긴박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16일 CNN은 이 국가들은 미국, 영국과는 달리 긴박감이 없었으며 이 때문에 백신 제조업체와 일찍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일부 업체와만 계약을 진행해 백신 쟁탈전에서 뒤처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대담한 도박(bold gamble)’에 성공했다고 CNN은 평가했다. 이 국가들은 돈으로 계산된 도박을 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제롬 김 사무총장은 “미국과 영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백신에) 큰 베팅을 했다”며 “전 세계가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한 현재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공중 보건 성공 사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병목 현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백신 출하 속도가 느려지면서 이들 국가에서 경제 회복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