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공감대 없는 사면은 시기상조”라고 한 데 이어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한 오찬 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고 두 분 모두 고령이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야당 인사만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사면론은 박 시장이 제기했다. 박 시장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제고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면에 대해) 동의나 거절 차원의 말씀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절제해 사용해온 만큼 이 문제도 그렇게 보고 계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하다고 보고 상반기에 1200만 명+α가 차질 없이 접종할 것이라 본다”면서도 “수급 불안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백신을 즉시에 속도감 있게 접종하지 못하는 게 더 문제다. 지금은 질병관리청이 양을 정해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방식이라 속도가 안 나는데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선정하고 방역당국은 물량을 공급하는 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오 시장이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개최에 대해 “호주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있는데 포기해야 되는 것이냐”고 묻자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며 “이번 도쿄 올림픽에 북한이 최종 불참하면 (공동 개최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고 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북한의 최종 선택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다음 달 하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