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전쟁속에도 살아간다… 美병사가 찍은 ‘6•25의 일상’

전쟁속에도 살아간다… 美병사가 찍은 ‘6•25의 일상’

Posted April. 26, 2021 08:15,   

Updated April. 26, 2021 08:15

日本語

 미국 육군 병사가 6·25전쟁 당시 한국의 일상을 촬영한 사진들을 선보이는 기획사진전이 29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개최된다.

  ‘1952, 아주 보통의 나날들(1952, Quite Ordinary Days)’이란 제목의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120여 점의 사진에는 육군 사진병으로 참전한 폴 굴드 슐레진저 씨(2009년 별세)가 전쟁 중에 찍은 한국인의 일상이 그대로 담겨있다. 꽃을 들고 수줍게 웃는 꼬마 소녀와 개천을 건너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모습 등을 촬영한 사진에서는 전쟁의 참혹함이나 공포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시장은 1952년을 형상화한 구조물에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함께 부대낄 수 있다는 것’ ‘평범하지만 찬란한’ 등 각각의 소주제에 맞춰 일과 놀이, 살, 표정 등으로 구분된 일상의 사진들로 채워진다. 2011년 6월에 기증된 1000여 점과 슐레진저 씨의 딸인 게일 펠키 씨가 추가로 기증한 300여 점 중에서 가려 뽑은 것이라고 전쟁기념관은 설명했다.

 전쟁기념관 관계자는 “전쟁 중에도 평범한 일상을 회복한 당시 모습을 통해 오늘날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선 슐레진저 씨와 아내 김명숙 씨(1993년 별세)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고무도장도 전시된다. 슐레진저 씨는 1953년 봄 대구 미군부대의 같은 사무실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던 김 씨(당시 19세)를 만나 사랑을 키워 오다 휴전이 되자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이에 김 씨는 슐레진저 씨가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자신의 주소가 한자로 새겨진 고무도장을 건넸고 이후 두 사람은 이역만리에서도 사랑을 이어가다 1956년 미국에서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슐레진저 씨는 아내가 숨을 거둔 뒤 “당신의 나라를 떠나 평생을 나와 함께해준 것에 감사하고 존경한다”는 취지의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