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달 탐사 계획에서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한다. 내년에는 도지코인의 이름을 딴 인공위성 ‘도지-1’이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달로 갈 예정이다. ‘도지아빠’를 자처하는 머스크는 트위터에 “우주 최초의 가상화폐”라며 연일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섰다.
10일(현지 시간) CNBC 방송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도지-1’을 달로 띄우는 곳은 캐나다의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지오메트릭에너지다. ‘도지-1’은 무게 40kg의 정육면체 모양 위성으로 내년 1분기(1∼3월)에 달을 탐사할 예정이다. ‘도지-1’을 우주로 실어 나를 때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이 이용된다. 지오메트릭에너지는 이 비용을 전액 도지코인으로 지불한다. 전체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미션은 가상화폐가 지구 궤도를 넘어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10일 트위터에 “내년 스페이스X가 인공위성 ‘도지-1’을 달에 띄운다”며 “도지(코인)로 지불된 미션, 우주로 간 최초의 가상화폐”라고 적었다.
머스크는 앞서 만우절인 4월 1일 트위터에 “스페이스X는 도지코인을 실제로 달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썼다. CNBC는 지난달 머스크의 트윗이 ‘도지-1’ 발사 미션의 예고였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는 머스크가 NBC방송의 유명 코미디 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방송에서 도지코인을 소재로 한 콩트를 선보인 머스크는 “도지코인은 사기(hustle)”냐는 질문에 “맞다, 사기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 때문인지 머스크의 SNL 출연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 속에 개당 0.7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썼던 도지코인은 방송 후 0.50달러 선이 무너지며 전일 대비 29.5% 하락했다.
도지코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가상화폐 붐을 풍자하며 재미삼아 만든 가상 화폐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위터에 “도지 아빠(Dogefather) SNL 5월 8일”이라며 자신의 SNL 출연 계획을 알린 바 있다. 이때 스스로를 ‘도지코인의 아빠’로 칭했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