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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반성문

Posted May. 12, 2021 07:57,   

Updated May. 12, 202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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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아들이 아버지를 버리고 도망쳤다. 세상을 떠돌며 날품팔이로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가 사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는 엄청난 부자가 된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달랐다. 50년이 지났어도 아들을 알아보았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거다. 그는 너무 기뻐서 사람을 보내 아들을 데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를 납치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버티다가 기절해 버렸다. 그는 정신이 들자 다른 곳으로 가 삯일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하인들을 시켜 품삯을 두 배로 주겠다며 아들을 데려왔다. 그는 거름을 치우는 아들의 야윈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때 묻은 옷으로 바꾸어 입고 거름 치우는 일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다가가 앞으로 친자식처럼 대할 테니 여기에서 일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토록 너그러웠다.

 하지만 아들은 그러한 사랑과 관심이 좋긴 했어도 자신이 천하고 못났다는 생각에 거름 치우는 일만 계속했다. 금은보화로 가득한 창고를 관리하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살림을 도맡아 꾸려 나가기를 바랐다. 아들은 나중에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임종이 다가오자 아버지는 그가 진짜 아들임을 밝히고 모든 재산을 물려줬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는 붓다를, 아들은 그의 제자들을 가리킨다. 보통의 경우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는 사람은 붓다인데 여기에서는 네 명의 제자들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너그럽고 깊은 뜻을 몰라본 아들이 바로 자기들이라고 고백한다. 대중의 우두머리이면서도 해탈과 열반, 즉 개인적인 구원에 안주한 나머지 가엾은 중생을 구원하는 대승적인 일에 소홀해서 죄송하다고 스승에게 실토한 거다. 다 늙은 제자들이 일종의 반성문을 쓴 셈이다. ‘묘법연화경’에 나오는 제자들의 고백적 서사는 고통 받는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그들을 구제하는 게 최고의 법이라는 붓다의 눈부신 가르침을 지금도 우리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