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이 지방 순회 중 20대 극우 남성에게 뺨을 맞았다. 이례적 봉변을 당했지만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그에게는 호재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해당 남성을 규탄하고 뺨을 맞은 후에도 의연하게 대처한 마크롱 대통령을 칭찬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8일 남부 드롬주 소도시 탱레르미타주를 찾았다. 2일부터 시작된 전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점검의 일환이지만 사실상의 대선 유세로 여겨진다. 대통령이 몰려든 군중을 향해 악수를 하려는 순간 녹색 티셔츠를 입은 다미앵(29)이란 남성이 대통령의 왼쪽 뺨을 갈기며 “몽주아 생드니(생드니 만세)”와 “마크롱주의 타도”를 외쳤다. 5명의 경호원이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막을 수 없었고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몽주아 생드니’는 중세시대 필리프 2세(1165∼1223)가 전쟁 중 군대를 독려하기 위해 외쳤던 구호다. 현대 극우파들은 공화정을 없애고 왕정 시대로 회귀하자는 뜻으로 즐겨 쓴다. 경찰은 다미앵 씨와 옆에 있던 친구 아르튀르 씨(29)를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둘은 2019년 유류세 인하를 주창했던 반정부 시위 ‘노란 조끼’에도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원수 모독죄는 최대 3년 징역형 혹은 최대 4만5000유로(약 6100만 원)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근 시청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곧 복귀해 사람들과 계속 악수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지역 일간지 르도피네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 항상 근접거리에서 국민과 만났고 폭행 위협이 있어도 계속 소통할 것”이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규탄에 나섰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급진 좌파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대표 역시 트위터에 “어떤 의견 차이도 물리적 공격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썼다. 장 카스텍스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도 비판에 가세했다.
현재 주요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37% 내외로 2017년 대선 지지율(66%)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극우 청년의 대통령 폭행이 마크롱에게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