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은 중국 황제가 천신과 지신에게 제를 올리는 봉선(封禪) 의식을 거행할 때 반드시 올랐을 만큼 영산(靈山)으로 예우받던 산. 이 산을 경계로 각각 북쪽과 남쪽에 전국시대 제나라와 노나라가 위치할 정도로 태산은 넓고 컸다. 자태가 빼어나고 신령스러운 정기가 감도는 건 조물주의 솜씨 덕분이요, 응달과 양달의 차이가 밤과 새벽만큼이나 엄청난 건 산세가 험준하기 때문이다. 가슴의 응어리를 말끔히 씻어주는 뭉게구름, 산속을 누비다 둥지로 드는 새들의 자유로운 비상에 시인은 취한 듯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한갓 장엄한 산세와 수려한 경관 때문에 정상 등정을 꿈꾸진 않았을 테다. 당시 시인은 첫 과거시험에서 실패를 경험하긴 했어도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유람하며 삶의 지혜를 다질 것이라 다짐했던 스물넷의 청년. 산 중의 으뜸이라는 태산 꼭대기에 올라 뭇 산들의 이모저모를 조감(鳥瞰)해 보리라는 패기를 내뿜었다. 세상사 일체를 자신의 시각으로 재단해 보겠다는 담대한 천하 경영의 의지이자 호연지기로 읽힌다. ‘공자께서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여기셨다’는 맹자의 말을 시인은 ‘뭇 산들이 얼마나 작은지 한번 굽어보리라’로 변용했다. 남다른 지혜나 안목을 가진 자만이 대국(大局)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뜻을 담았겠다.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