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시작 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리베로 오지영(33·GS칼텍스·사진)에게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오지영은 5,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리시브 성공 개수로 산정한 리시브 부문에서 16위에 그쳤다. 성공률은 35.07%.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 부문에서도 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수비 불안 등으로 16개 출전국 중 15위에 그쳤다.
대표팀에서 그는 김해란(37·흥국생명)의 대체 선수였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주전 리베로로 뛰었던 선수가 김해란이다. 도쿄 올림픽도 김해란이 리베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김해란이 결혼과 출산으로 자리를 비우자 그 자리를 오지영이 꿰차며 자신의 첫 올림픽에 나섰다.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오지영은 올림픽 전 “엄마, 나 너무 부담되고 난 못하는데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 올림픽 가는 게 너무 무서워”라며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한 시간가량 하면서 울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그는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진출을 이끌면서 올림픽 여자배구에 출전한 12개국 선수들 중 디그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상대의 164차례 공격 중 93개를 정확하게 받아내는 등 세트당 평균 3.10개의 디그를 성공시켰다. 부문별 최고 선수에 오른 한국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그는 국내에서 수비 전문 선수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KGC인삼공사에서 뛰던 2020∼2021시즌 V리그에서 리시브 부문 2위(49.81%), 디그 3위(세트당 평균 5.564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그를 영입한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오지영은 수비에서 안정감이 뛰어나다. 특히 코트 안에서의 파이팅이 넘친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기회가 왔다’, ‘내가 갈게’ 등 소리치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 마지막 경기였던 8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0-3·패)이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늘 시합이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올 때 대표팀에서의 생활이 제일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우리가 오늘 행복함을 느끼려고 정말 쉼 없이 달려왔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도 아주 조금 성장해 있는 나를 보면서 더 열심히 하자라고 다짐한다”고 각오했다.
이제 오지영은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GS칼텍스에서 이적 첫 시즌을 시작한다. 도쿄에서 얻은 자신감이 새 둥지 적응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