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성추행과 성희롱 발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탄핵 위기에 몰렸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64)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변명으로 일관된 사임의 변(辯)을 밝혔지만 검찰의 형사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오모 주지사는 10일 TV 연설을 통해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 뉴욕에 어떤 식으로든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물러나 행정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그가 뉴욕주의 전·현직 보좌관 등 최소 11명의 여성을 강제로 만지거나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뉴욕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전직 보좌관 린지 보일런의 폭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수사팀은 지난 5개월 동안 179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조사한 끝에 쿠오모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들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그 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뉴욕주 의회가 모두 쿠오모의 사퇴를 요구했다.
쿠오모는 이날 20분간의 연설 동안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내 본능은 이번 논란에 맞서 싸우라고 한다. 왜냐면 이는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조사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불공정하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자신을 향한 수사나 탄핵 움직임에 정치적 의도가 들어 있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훗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그에게는 이미 정치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해석이 많다.
12년간 뉴욕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의 후광 아래 정계 입문의 토대를 닦았던 그는 뉴욕주 정책보좌관, 연방정부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뉴욕주 검찰총장 등을 거쳐 2011년 주지사에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뉴욕을 잘 이끌면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검찰의 형사 기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추락했다.
쿠오모의 사퇴를 촉구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지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주지사로서 그의 업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가 투표권에서 인프라까지 모든 면에서 상당한 일을 해냈다. 그래서 매우 슬프다”고 했다. 이 발언이 쿠오모를 편들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대통령은 인프라에 대한 업무 등 특정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쿠오모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이 일을 폭로한 여성들에게도 지지를 밝혔다”고 진화에 나섰다.
쿠오모는 2주 뒤에 주지사직에서 정식으로 물러난다. 남은 임기는 내년 말까지로 2015년부터 부지사를 맡아 온 캐시 호컬(63)이 승계한다. 233년 뉴욕주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