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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태양

Posted August. 25, 2021 08:30,   

Updated August. 25, 20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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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카불을 떠난다니 믿기지 않는구나. 나는 여기에서 학교를 다녔고 첫 직장을 잡았고 아빠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시를 암송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네.”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이브 에 타브리지의 시였다. 그는 전에는 전체를 다 외웠는데 지금은 두 줄만 생각난다며 소리 없이 울었다.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카불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가기로 한 것은 두 아들을 전쟁터에서 잃었는데 이대로 있다가는 딸까지 잃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떠나는 날 아침, 포탄이 날아와 터지면서 위층에 있던 그와 부인은 죽고 아래에 있던 딸만 간신히 살아남았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렇게 고아가 된 소녀와 또 다른 기구한 여성의 이야기를 교차시킨다. 스토리는 잔혹한 전쟁이나 정치가 아니라 두 여성의 고단한 삶과 눈물, 인간애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제목은 “전쟁과 폭력과 광기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은 아프간 여성들의 내면”에 대한 은유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호세이니의 소설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는 자신을 아프간 대변인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카불에서 태어났지만 1980년에 미국으로 망명해 살아왔으니 정치적인 시각에 한계가 있다는 겸손한 고백이다. 그러니 자신의 소설에서 정치가 아니라 인간을 보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탈레반, 테러리즘, 근본주의, 마약, 여성에 대한 폭력, 아수라장이 된 카불 공항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 휘둘리지 말고 아프가니스탄이 “아름답고 겸손하고 호의적이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사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호소한다. 전쟁의 폭력과 광기를 견뎌냈고 이후로도 견뎌내게 될 아프간 사람들, 그들의 내면에 있는 찬란한 태양을 보아달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