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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지형

Posted August. 31, 2021 07:29,   

Updated August. 31,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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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1년 고구려 후예 고선지가 이끄는 당나라 군대가 난생 처음 보는 험준한 산악지대를 가로질러 행군했다. 중국 군대로서는 실크로드를 따라 가장 멀리 간 고선지 부대는 산맥을 넘어 이슬람군을 만나 격전을 벌였지만 패배하고 말았다. 탈라스 전투이다.

 탈라스는 현재의 키르기스스탄에 있다. 이곳을 지나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가 나온다. 그 아래가 아프가니스탄이다. 고선지가 넘었던 산맥이 힌두쿠시산맥 북단인데, 이 험준한 산맥은 남북으로 타지키스탄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으로 내려간다. 반(反)탈레반 세력의 중심인 판지시르주가 아프가니스탄 영역에서 끝나는 힌두쿠시산맥 끝자락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조각조각 분열된 지역사회, 다양한 종족과 부족, 전근대적인 산업과 생활 방식에 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 내는 요인이 바로 험준하고 독특한 지형이다. 산과 평원, 사막, 고원지대가 국토를 나누고 있다. 힌두쿠시가 창출한 산악지형은 전쟁을 위해 특화된 지형이란 말이 정확하다.

 병법의 기본은 아군은 집중하고 적은 분열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퇴로도 없고, 적군이 진형 변화를 주기 힘든 극단적 곳에서 싸움을 벌이면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판지시르로 들어가는 도로망을 보면 거의 모든 곳이 이런 지형에 해당한다. 산으로 올라가면 더 깊은 지옥이다. 과거 소련군은 바위 뒤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순식간에 포위하는 아프간 전사에 질려 그들을 유령이라고 불렀다. 낮은 교육 수준 때문에 장교 자원, 첨단 무기를 다룰 기술자들이 극히 부족하다. 정규군을 약화시킨 중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게릴라전에 풀어놓으면 천혜의 지형 덕분에 배우지 않아도 전사가 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지만 총성은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강대국이 개입해도 늪이고, 철수하면 비난받는 상황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