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뜬 밤, 한 여인이 사막 한가운데 잠들어 있다. 손에 지팡이를 들었고, 옆에는 만돌린과 질그릇 물병이 놓여 있다. 덩치 큰 사자가 다가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어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여인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가로 2m가 넘는 이 거대한 그림은 초현실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루소의 대표작이다. 22년간 파리시 세관원으로 일했던 루소는 49세에 은퇴 후 전업 화가가 되었다. 40세부터 틈틈이 그림을 그려 ‘앙데팡당’전에 출품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두아니에(세관원)’ 또는 ‘일요화가’라고 조롱하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색채나 비례, 원근법 표현에 서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소는 스스로를 위대한 화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적으로 닮게 그리는 건 못해도 대상을 관찰한 후 상상력을 더해 독창적으로 그리는 건 자신 있었다. 외국 여행은 못해 봤지만 당대 그 어떤 화가보다 이국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도 능했다. 파리 식물원과 만국박람회에서 본 이국적인 식물과 동물들이 최고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가 53세에 그린 이 그림 속 사자나 악기, 여인의 옷도 직접 관찰해서 그렸을 터다. 다정한 친구처럼 묘사된 맹수와 여인의 피부색 때문에 이 그림은 종종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비유로 해석되기도 한다. 평화주의와 보호자 가면을 쓰고 다가가는 제국주의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화가의 의도는 뭐였을까. 루소의 설명에 따르면, 그림 속 여인은 떠돌이 만돌린 연주자인데, 피곤에 못 이겨 깊은 잠에 빠진 상태다. 지나가던 사자가 냄새를 맡았지만, 결코 여자를 해치지는 않는다. 은은히 비추는 달빛이 사자와 여인 사이의 긴장감을 평온하고 동화적인 분위기로 바꿔준다. 다행히 해피엔딩이다. 어쩌면 화가는 아무리 배고픈 맹수도 잠든 먹이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즉, 약자 보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