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설치미술가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의 꿈이자 마지막 작품이 실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파리의 상징 에투알 개선문을 은색 천으로 통째로 감싸는 프로젝트로 9월 18일 완성됐다. 이미 작고한 부부 예술가의 꿈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었을까? 왜 하필 개선문이었을까?
1806년 나폴레옹 1세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대승한 후 파리 한복판에 개선문을 만들도록 명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개선문 아래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무명용사들이 묻혀 있지만, 나치 점령기 이곳에 나치 독일기가 꽂히는 수모도 당했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부부가 영욕의 역사를 견딘 기념비를 포장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1961년이었다. 크리스토가 공산화된 고국 불가리아를 탈출해 파리에 온 지 3년 만이었다. 파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독일 제국의사당이나 퐁뇌프 다리처럼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건축물을 천으로 감싸는 프로젝트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개선문 포장은 부부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을 뻔했다. 2009년 잔클로드에 이어, 지난해 크리스토마저 타계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의 조카 블라디미르 자바체프 주도로 꿈이 실현될 수 있었다. 부부가 늘 그래왔듯, 이번 프로젝트 비용 1400만 유로(약 194억 원) 역시 드로잉 같은 작품 판매액으로 자체 충당했고, 16일간 전시 후 철거될 천과 밧줄 모두 재활용된다.
작품이 공개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0년 품은 꿈의 성취, 미친 꿈이 실현된 것”이라며 감격을 표했다. 60년 전 한 난민 예술가가 파리 개선문을 포장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 미친 생각이라 하지 않았을까. 같은 꿈을 가진 예술가 부부는 평생 그 꿈을 좇았고, 끝내 꿈을 이뤘다. 파리지앵들은 이제 미친 꿈이 실현된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만져보며 환호하고 있다. 어쩌면 꿈은 미쳐야 이루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