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안한 6·25전쟁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 및 유엔사령부 해체 요구의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종전선언을 두고 미 국방부가 검토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커비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과의 관여를 모색하고 있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답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늘 그래왔듯이 유지된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방안이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도 “우리는 종전선언 논의에 열려 있다”고 반복한 뒤 “하지만 우리는 비핵화 달성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 및 대화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비핵화의 진전을 이뤄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커비 대변인의 이런 발언 직후 국방부 대변인실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 확인을 요청하는 본보 질의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 달성에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의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한국, 일본 등 다른 동맹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종전선언 검토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우리 측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미일 양측에 설명했다”면서 “미국 측은 우리 측 설명을 경청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 ‘경청했다’는 표현은 특정 사안에 대해 상대가 동의하지 않았을 때 주로 사용한다.
실제 미 국무부는 22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관련 보도자료에 종전선언에 관한 언급 없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한국, 일본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담았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