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한화는 올 시즌 구단 첫 외국인 사령탑(수베로 감독)을 선임하며 변화를 외쳤다. 그러나 4일 현재 5위와 13.5경기 차 최하위로 사실상 가을야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눈여겨볼 성과가 있다. 바로 ‘1번 타자’ 정은원(21·사진)의 발견이다.
지난 시즌 2번 타자로 주로 뛰었던 정은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 이용규(36·현 키움)를 대신해 선두타자를 맡고 있다. 프로야구 공식 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타순별 최다 출전 선수 정보에 따르면 정은원은 올 시즌 선발 1번 타자로 가장 많은 121차례 이름을 올렸다. 10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붙박이’였던 셈이다. 선발 라인업을 자주 바꾸는 축에 속하는 수베로 감독 체제 아래서도 리드오프로 신뢰를 얻고 있는 것.
효과는 만점이다. 4일 현재 정은원은 볼넷 1위(97개), 출루율 6위(0.409) 등을 달리며 팀 타선의 포문을 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타율(0.283)과 도루(19개), 장타율(0.387) 등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이다.
특히 97볼넷으로 정은원은 2001년 LG 류지현(현 LG 감독)이 세웠던 1번 타자 최다 볼넷 기록(96개)을 새로 썼다. 1번 타자 중 처음으로 100볼넷 고지를 넘을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KBO리그에서는 100볼넷 기록이 16차례 나왔지만 이승엽, 양준혁 등 중심 타순 선수들이 주로 기록했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모든 팀이 꿈꾸는 1번 타자”라는 극찬을 받은 정은원의 시즌 최종 기록이 주목되는 이유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