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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국민 생각에”… 골 넣고 울어버린 우크라 선수

“가족-국민 생각에”… 골 넣고 울어버린 우크라 선수

Posted March. 15, 2022 08:55,   

Updated March. 15, 20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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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국민 생각에…”

 통쾌한 골을 넣었지만 기쁨보다는 추모가 먼저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웨스트햄에서 뛰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출신 안드리 야르몰렌코(33·사진)는 14일 영국 런던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후반 25분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그의 첫 골이다.

 야르몰렌코는 골을 넣은 뒤 무표정한 얼굴로 관중석 쪽으로 달려갔다. 이어 두 손을 허공에 뻗으며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희생된 자국 국민들을 추모하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고 동료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세리머니를 마친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그에게 보냈다. 그는 경기 뒤 “요즘 축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 때문이다”며 “매일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나와 우크라이나를 걱정해주는 구단과 팬, 영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가족은 구단의 도움으로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해 폴란드에 머물고 있다. 구단은 그를 배려해 휴가를 주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그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뒤 첫 경기였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3∼4번밖에 훈련하지 못했다. 훈련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저 내 가족과 국민들을 생각했고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모이스 웨스트햄 감독은 “야르몰렌코의 가족은 현재 안전하다. 야르몰렌코의 골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어느 정도 달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