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産)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중국의 백신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펼쳐 온 ‘백신 외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산 백신 수출은 지난해 11월 2억3500만 회분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수출이 급감해 1월 5160만 회분, 2월 3600만 회분, 3월 1150만 회분까지 떨어졌다. 3월 수출 분량은 지난해 11월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SCMP는 중국산 백신에 의존해온 저소득 국가와 개도국들이 이제 중국 백신보다 효능이 더 좋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화이자 등이 생산한 백신은 지난해까지 선진국들에 집중돼 다른 나라들에 공급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개선돼 저소득 국가나 개도국들도 수입이 가능해졌다. 중국 백신의 최대 구매국이었던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도 올해 중국산 백신 수입을 중단했다.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면서 백신 수요가 줄어든 것도 이유다.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올해 1월 처음으로 수요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했다. 아프리카연합(AU)과 코백스는 모더나 백신 1억1000만 회분을 먼저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기도 했다.
중국은 그동안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에 중국산 백신을 공급하면서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백신 외교’를 펼쳐왔다. 독일 외교위원회의 데트레프 놀테 교수는 “백신 외교가 먹히는 시기는 지났다”고 했다.
김기용 kky@donga.com